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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시나 글을 써와서는 읽고 평가해달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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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아이들이 시나 글을 써와서는 읽고 평가해달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럴때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솔직히 좋다 나쁘다를 가를 눈도 제게는 없는 것 같고,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잘 모르겠어서요.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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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주 옛날 이야기입니다. 어떤 아이가 매일 시를 써서 들고 와서 (중2) 제게 보여줬어요. 그런데 그 아이 시는 별로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매일 줄을 한두 군데씩 그어 줬어요. "난 여기가 참 좋아" 하고요.
3년 뒤 그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문예부장으로서 시화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갔었는데 시가 아주 훌륭했어요. 그애는 대학교 때는 (그 때 당시는 정말 특별한 일이었는데) 컴퓨터로 자기가 그 동안 쓴 시를 모두 쳐서 자기만의 작은 시집을 내기도 했답니다.
그 아이를 보면서 저는 속으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했고, 이렇게 줄 그어준 것이 생각보다 그애에게 큰 응원과 격려가 됐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 아이들에겐 정말로 큰 능력이 내재해 있구나, 지금 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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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내 시 보는 안목을 평가당할 것 같아 소극적으로 반응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국어 선생님이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고, 인정을 받고 싶다는 의미 같아요 굳이 평가를 내리기 보다 그냥 느낌 그대로 감상을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학이기에 그 사람이라서 쓸 수 있는 것이고 시론이 정형화 되어서는 안된다는 글을 언젠가 본 일이 있어요. 어떤 잣대로 평가내리기 보다 글에 나타난 아이의 생각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며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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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그런 학생이었어요^^; 시나 글을 쓰고 대회도 나가보고 선생님 붙들고 봐달라고도 하고요ㅎㅎ 그냥 국어선생님께 보여드리고 한 줄이 좋다, 표현이 좋다는 한 마디만 들어도 기분이 그렇게 좋았네요^^ 선생님께서 읽고 평가해주신다는 게 마치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큰 말씀 않으셔도 칭찬할 거리 하나, 공감의 표현 하나도 그 학생은 감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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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선생님... 말씀해주신대로 저도 제가 평가 당할까봐 걱정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ㅜㅜ 경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