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 from: 익명 on Dec 13, 2022, 05:44 AM이건 아주 옛날 이야기입니다. 어떤 아이가 매일 시를 써서 들고 와서 (중2) 제게 보여줬어요. 그런데 그 아이 시는 별로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매일 줄을 한두 군데씩 그어 줬어요. "난 여기가 참 좋아" 하고요.전 제가 그런 학생이었어요^^; 시나 글을 쓰고 대회도 나가보고 선생님 붙들고 봐달라고도 하고요ㅎㅎ 그냥 국어선생님께 보여드리고 한 줄이 좋다, 표현이 좋다는 한 마디만 들어도 기분이 그렇게 좋았네요^^ 선생님께서 읽고 평가해주신다는 게 마치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큰 말씀 않으셔도 칭찬할 거리 하나, 공감의 표현 하나도 그 학생은 감사할 것 같아요^^
3년 뒤 그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문예부장으로서 시화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갔었는데 시가 아주 훌륭했어요. 그애는 대학교 때는 (그 때 당시는 정말 특별한 일이었는데) 컴퓨터로 자기가 그 동안 쓴 시를 모두 쳐서 자기만의 작은 시집을 내기도 했답니다.
그 아이를 보면서 저는 속으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했고, 이렇게 줄 그어준 것이 생각보다 그애에게 큰 응원과 격려가 됐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 아이들에겐 정말로 큰 능력이 내재해 있구나, 지금 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