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과 토의

Started by 익명, Apr 09, 2023, 05: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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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선생님들, 전공 서적에서는 토론과 토의가 몇 가지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여 그렇게 공부하였는데,
중학교 교과서에서는 토론/토의를 구분하지 않고,
토론 수업을 소개하고 있는 책들을 참고해도 토론/토의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토론/토의는 개념적으로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해서 다르게 가르쳤는데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수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익명

중학교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에 토론과 토의를 다른 교육 내용으로 가르치는데,
중학교 교과서에서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니.. 이상한 교과서네요??

기본적으로 토론, 토의라는 형식은 구분됩니다.
다만, 교육상 "토론"을 가르칠 때 토론을 위한 토론 대신 마지막에 "토의적"인 요소를 넣어서 현실 개선과 협의의 중요성을 가르치면 좋다는 점과,
"토의"를 할 때에도 반드시 "토론적"인 장면이 들어갈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칼같이 구분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도 맛있고 프라이팬에 구워도 맛있으니 아무 데나 구워먹어도 되지만, 그렇다고 불판과 프라이팬이 같은 건 아닌 것처럼요

익명

Quote from: 익명 on Apr 09, 2023, 05:58 PM중학교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에 토론과 토의를 다른 교육 내용으로 가르치는데,
중학교 교과서에서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니.. 이상한 교과서네요??

기본적으로 토론, 토의라는 형식은 구분됩니다.
다만, 교육상 "토론"을 가르칠 때 토론을 위한 토론 대신 마지막에 "토의적"인 요소를 넣어서 현실 개선과 협의의 중요성을 가르치면 좋다는 점과,
"토의"를 할 때에도 반드시 "토론적"인 장면이 들어갈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칼같이 구분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도 맛있고 프라이팬에 구워도 맛있으니 아무 데나 구워먹어도 되지만, 그렇다고 불판과 프라이팬이 같은 건 아닌 것처럼요

아, 제가 잘못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토론과 토의는 분명히 다른데, 교과서에서도 이 지점을 명확히 짚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더군다나 수업을 위해 참고하고 있는 여타의 토론 관련 책들에서 소개하고 있는 토론 방법들이 교육과정에서 제시되고 있는 '토론' 유형보다는 '토의' 유형에 가까운 것 같아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조언과 답변 감사드립니다!

익명

저도 샘과 비슷한 의문이 있었어요. 토론은 찬성과 반대가 나뉘는 '경쟁'을 본질로 하는데, 심지어 '비경쟁식 토론(월드카페식 토론)'이란 수업방법이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죠. ㅎㅎ 작년에 교원대 박영민 교수님께서 이에 대해 말씀해 주셨던 내용이 있어서, 의견 드리고 가요. 교수님께선 국어 교과에서 가르치는 '토론'과, 일반적으로 넓게 쓰이는 '토론'의 개념이 달라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어야한다고 하셨어요. 다른 교과 혹은 비교과의 영역에서 쓰이는 '토론'은 범주가 넓은 개념이라, 토의까지도 아우르는 뜻 같더라고요.

익명

토론과 토의의 학문적 출발점이 어디일까요?
서양으로 본다면, '아리스토텔레스~소크라테스~플라톤'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논박'이 그 시작으로 볼 수 있겠지요.
동양에서는 어떨까요? 노장사상, 유교사상, 불교사상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유학자들 사이의 논쟁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다만 이러한 토론은 개인 vs 개인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화법으로도 볼 수 있겠지요.

그러면 현대적인 의미의 토론은 어디서 출발했을까요?
영국의 의회에서의 토론, 칼-포퍼 토론 등은 대부분 근대 시민사회 형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닙니다.
즉 정치의 영역에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정치학에서 바라보는 토론의 관점은 토의와 엄밀하게 구별하지 않습니다.
제도적 규칙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규칙을 다듬고 그것을 합리화할 뿐이지요.

국어교육학에서 다루는 토의 vs 토론의 엄격한 구별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저는 출처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래 정치학 전공하다 국어교육을 공부하게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토의와 토론을 엄밀히 구분하는 게 어떤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익명

과거에 토의 정리했던 자료인데, 이후에 토론 정리하다가 멘붕에 빠졌었습니다. 대체 뭐가 다른 것인지... 토의와 토론을 엄밀하게 구별하는 것이 어떤 교육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현행 2015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도 토의나 토론의 방법을 외우고 구별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토의나 토론을 하는 경험을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데 말이지요.

익명

토론과 토의의 관계는 비유하자면 설명과 설득의 관계와 같습니다.
'설명문'이라는 형식을 갖춘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한다'라는 대화의 일반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설득문'이라는 형식을 갖춘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득한다'라는 대화의 일반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설명문'은 설명을 위한 글이지만 설명을 잘 해서 궁극적으로 필자의 의도에 맞게 독자를 움직이려는 '설득'의 목적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설득문'은 설득을 위한 글이지만 글 내부에 길고 긴 '설명'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토론'역시 링컨-더글라스식, 의회식, CEDA식 등 형식을 갖춘 '토론 담화 장르'가 존재합니다. 물론 '토론한다'라는 대화의 일반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토의'역시 패널토의, 심포지엄, 포럼 등 형식을 갖춘 '토의 담화 장르'가 존재합니다. 물론 '토의한다'라는 대화의 일반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링컨-더글라스식' 토론을 하더라도, 그 토론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선의 해결책 도출이라는 '토의'의 목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패널토의'를 하더라도 그 토의 내부에 '토론'의 과정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설명문이 설득을 위해 씌어지거나 설득문 속에 많은 설명이 포함된다고 해서 '설명과 설득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두 입장만 존재하는 토론을 제3의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토의로 보이게 되거나, 토의를 하다보면 토론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토의와 토론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거나 '토론과 토의를 구분하기 어렵다'라고 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청소구역 문제라든가.. 모둠 편성이라든가.. 자리배치라든가.. 학급에서 친구들끼리 싸우고 있으면 국어교사가 가서 "얘들아, 토론을 하지 말고 토의를 하렴."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ㅋㅋㅋ

익명

토의와 토론에 대한 구분이나 구별은 추후에 학자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닐까요?
'토의토론'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자로서 분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중학생들에게 그 구분을 가르치는 것이 어떤 교육적인 의미를 지니는지는 의문이에요.


익명

https://youtu.be/2rm-7fO1fds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중학교에서 학기 마지막 단원으로 토의수업을 진행중입니다.

일전에 한 선생님께서 <수업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주제로 토의를 진행하셨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수업에 적용해보았는데요,

토의 과정이나 결과가 미흡하면 마지막 수업시간에 45분 내내 (지루한) 토의 면접 영상을 보여주겠다고 하니 다들 토의에 집중하고 참여하더라고요 ㅎㅎ.. (아이디어를 주신 이름모를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 수업 준비하면서 활용했던 영상 하나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된장찌개 재료들이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회의를 하는데요,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ㅎㅎ
아이들과 직접 토의하기 전에 각 재료들의 토의 태도 문제점을 찾아보는 활동을 진행하니 다들 토의할 때 누구누구처럼 안 하려고 의식하더라고요.
토의하다가 친구 태도가 부적절하면 '방금 너 마늘 같았다' 그러면서 웃기도 하고요ㅎㅎ (중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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